한약 양약 같이 복용해도 될까 — 혈압약·당뇨약·항응고제 확인 기준

한의원에 오면서 챙긴 것이 약 봉투 하나일 때가 있습니다. 혈압약은 몇 년째 아침마다 먹고, 지난주 감기로 받은 항생제가 아직 이틀 남았고, 눈이 침침해서 사 둔 은행잎 영양제도 한 알씩 삼킵니다. 여기에 한약을 하나 더 얹어도 되는지는 두 약 사이에 몇 시간을 두느냐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한약과 양약을 같이 복용하는 것은 대체로 가능하지만, 그 ‘가능’은 복용 시간을 벌리는 데서가 아니라 처방하는 사람이 지금 먹는 약을 알고 있는 데서 성립합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항응고제 복용자에게 “한의사가 항응고제 복용 사실을 알고 약물상호작용을 고려해 조제한 것” 외의 한약과 건강식품은 피하라고 적어 두었습니다. 조건이 붙는 자리는 약 이름 하나하나가 아니라 약물군이고, 확인이 필요한 군은 혈압약과 혈당강하제, 항응고제와 항혈소판제, 일부 항생제, 해열진통제, 갑상선호르몬제로 나뉩니다.

약 봉투와 처방전, 영양제를 함께 놓은 모습

복용 간격을 벌리면 해결되는 문제일까

복용 간격이 듣는 간섭과 듣지 않는 간섭이 따로 있습니다. 위와 장에서 서로 붙어 흡수를 막는 조합은 시간대를 달리하면 줄어들지만, 흡수가 끝난 뒤 혈액과 간에서 대사가 겹치는 조합은 몇 시간을 벌려도 남습니다. 상호작용의 상당 부분이 흡수 후 혈액 안의 대사 과정에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병원간호사회 고혈압 홈케어 안내가 “복용시간 간격을 두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라고 적은 이유입니다(간호사가 알려주는 홈케어).

‘30분에서 한 시간’을 지켰는데도 남는 일이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대한한의사협회의 2020년 한약·양약 병용투여 학술세미나 정리는 두 약이 부딪히는 방식을 세 갈래로 나눕니다 — 효능이 겹치는 것, 작용이 대립하는 것, 흡수·대사·배설의 간섭입니다(한의신문, 2020-02-03). 앞의 두 갈래를 정하는 것은 시계가 아니라 처방 내용인데, 병용 지침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약물군별 분기표는 그 공백에서 지금 쓸 수 있는 재료를 갈라 둔 것입니다.

복용 중인 약물군별로 한약 처방 단계에서 갈리는 지점 — 근거는 각 절의 인용 자료
지금 먹는 약 갈리는 지점 처방받기 전에 말할 것
혈압약·혈당강하제 임의로 끊는 것이 가장 큰 위험. 혈압·혈당을 흔드는 약재가 거론된다 약 이름, 최근 혈압·혈당 수치
항응고제·항혈소판제 출혈로 기울 수 있어, 알고 조제했는지가 조건 복용 사실, 약 이름, 예정된 수술
테트라사이클린계 등 항생제 탄닌이 많은 약재와 만나면 침전물이 생겨 흡수가 떨어진다 — 시간대 문제 남은 복용 기간, 하루 횟수
해열진통제(아세트아미노펜) 감기약·두통약과 성분이 겹쳐 하루 총량을 넘길 수 있다 상비약까지 넣은 목록
갑상선호르몬제 같은 시간대에 먹으면 흡수가 떨어진다 복용 시각
에탄올이 든 한약제제와 함께 먹는 항히스타민제 중추신경 억제가 겹쳐 수면장애·피로가 거론된 조합 복용 사실과 약 이름
한약과 양약의 간섭이 일어나는 두 층을 나눈 개념도

혈압약·당뇨약을 먹고 있다면, 끊지 않는 것이 첫 판단입니다

한약을 시작한다고 해서 혈압약이나 혈당강하제를 스스로 줄이거나 건너뛰지 않습니다. 국가건강정보포털 고혈압 항목은 “혈압이 안정되었다고 해서 임의로 약을 중단하면 다시 상승할 수 있습니다”라고 적고, 줄이는 경우에도 주치의와 상의하라고 덧붙입니다(국가건강정보포털 고혈압). 같은 기관의 자주 하는 질문은 고혈압을 확실히 진단받은 환자라면 의사와 상의 없이 약을 끊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아 두었습니다.

줄이는 판단이 처방한 의사의 몫이라면, 한약에서 볼 것은 처방 안에 혈압이나 혈당을 흔드는 약재가 들어가는지입니다. 앞의 세미나 정리는 감초가 든 처방과 고혈압약을 혈압 조절이 흔들릴 수 있는 조합으로, 생강이 든 처방과 혈당강하제를 저혈당 방향으로 거론했습니다. 병원간호사회 안내는 감초가 스테로이드처럼 작용해 과량이면 그것만으로 혈압을 올릴 수 있다며, 감초 때문에 한약을 권장하지 않는다는 입장까지 적었습니다. 흔한 약재인 만큼, 처방에서 빼거나 줄이는 판단이 서도록 혈압약 복용 사실을 먼저 알리는 것이 순서입니다.

혈당강하제를 함께 쓰는 동안에는 저혈당 신호를 알아 두세요. 떨림, 식은땀, 가슴 두근거림, 공복감, 오심 같은 증상이 오면 혈장 포도당이 70 mg/dL 미만인지 확인하고, 의식이 있으면 포도당 15~20 g을 섭취한 뒤 15분 후에 다시 잽니다. 그때도 낮으면 섭취를 반복합니다. 의식이 흐려지면 음식이나 음료를 먹이지 말고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합니다 — 포도당을 정맥으로 넣어야 하는 상태입니다(국가건강정보포털 당뇨병).

항응고제·항혈소판제 — 알리는 것 자체가 조건인 조합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나 아스피린 같은 항혈소판제를 먹는 중이라면, 한약은 ‘먹어도 되는지’가 아니라 ‘알린 뒤에 지어진 것인지’로 갈립니다. 국가건강정보포털 항응고요법 항목은 한의사가 복용 사실을 알고 조제한 것 외의 한약과 건강식품은 와파린의 약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피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건강식품이나 비타민을 시작하기 전에도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라는 안내가 함께 있습니다(국가건강정보포털 항응고요법).

같은 항응고제라도 계열에 따라 확인의 폭이 다릅니다. 와파린은 국제표준화비율(INR)을 2.0~3.5로 유지해야 해서 음식과 약에 값이 흔들립니다. 2016년 이후 널리 쓰이는 다비가트란·리바록사반·아픽사반·에독사반 계열은 상호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약 이름을 그대로 전달하는 편이 빠른 이유입니다. 세미나 정리에는 당귀·황기·감초·은행잎처럼 흔한 약재가 헤파린·와파린·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과 함께 출혈 가능성을 높이는 조합으로 올라 있습니다. 수술 일정도 같이 말해야 합니다 — 아스피린은 수술 1주 전 중지가 원칙이고, 중단과 재개 시점은 담당 의사가 정합니다.

출혈은 지켜보며 기록할 신호와 바로 움직여야 할 신호로 나뉩니다. 잇몸 출혈, 피부의 멍, 코피는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므로 언제부터 늘었는지 적어 두고 다음 진료에서 알리면 됩니다. 지혈이 되지 않거나 토혈, 혈뇨, 혈변, 흑색변이 보이거나 멍이 갑자기 늘거나 잇몸에서 피가 많이 나면 응급 상황일 수 있어 가능한 빨리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합니다. 중대한 출혈이라면 항응고제 투여를 중단하고 담당 의사와 바로 상의하거나 응급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합니다.

항생제·해열진통제·갑상선호르몬제 — 시간대를 갈라 두면 되는 조합

흡수 단계에서 부딪히는 조합에서는 시간대를 달리하는 것이 실제 대책이 됩니다. 탄닌이 많은 약재는 테트라사이클린계 항생제나 에리스로마이신 계열과 만나면 위장에서 침전물을 만들어 서로의 흡수를 떨어뜨립니다(대한한의사협회 한약·양약 병용투여 세미나 정리). 항생제와 한약을 한 컵에 몰아 먹지 않는 이유는 ‘30분’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이 기전이고, 그래서 남은 복용 기간과 하루 횟수가 처방 단계의 정보가 됩니다.

갑상선호르몬제는 칼슘제·철분제·위산억제제와 같이 먹으면 위장에서 흡수가 방해되어 호르몬 농도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복용 시간대를 달리해야 하고, 아침 공복에 먹고 식사는 복용 후 최소 40분 뒤에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국가암정보센터, 2020). 한약도 그 시간대에 겹치지 않게 두는 것이 첫 조정입니다.

해열진통제는 한약보다 양약끼리의 겹침이 먼저 문제가 됩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성인 하루 권장량 상한이 4 g이고, 그 안의 중복 복용은 가능하지만 과량을 겹치거나 잦은 음주로 간에 부담이 있으면 심각한 간 손상이 올 수 있습니다(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안전사용 매뉴얼). 두통약을 먹은 뒤 같은 성분이 든 감기약을 또 먹는 상황이 대표적이니 상비약 이름까지 말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수면제나 항히스타민제도 함께 말하세요 — 세미나 정리는 각종 약주처럼 에탄올이 든 한약제제와 항히스타민 계열을 함께 쓸 때 중추신경 억제가 커져 수면장애와 피로가 나타날 수 있는 조합으로 들었습니다.

처방하는 쪽에서는 무엇이 보이지 않나

진료실은 서로의 처방을 들여다볼 수 없고, 약국에서 사 온 상비약과 건강기능식품은 어느 기록에도 남지 않습니다. 효능이 겹치는 상호작용은 다른 의사의 처방 내용을 알 수 없는 의사가 유사한 약물을 처방하면서 생긴다는 것이 2020년 병용투여 세미나에서 나온 설명입니다(동아대학교 김동현 교수). 목록을 들고 오는 일이 예의가 아니라 판정 조건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전달할 것은 다섯 가지입니다. 지금 먹는 약 이름과 하루 복용 횟수, 건강기능식품과 한약재 성분이 든 제품, 최근 간·콩팥 기능 검사 결과, 임신 가능성과 수유 여부, 예정된 수술 일정입니다. 이 가운데 검사 결과가 실제로 처방을 바꿉니다 — 콩팥 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쓸 수 있는 약의 범위부터 달라집니다.

한약 처방 전에 알려야 하는 다섯 가지 정보를 정리한 도표

함께 먹는 동안 이 신호가 보이면 새로 넣은 약부터 멈춥니다

약으로 인한 간손상은 대부분 증상 없이 검사 이상으로만 나타납니다. 손상 정도에 따라 구역, 구토, 피로감, 황달과 그로 인한 가려움증이 함께 오고, 몸이 특이하게 반응한 경우에는 피부발진과 발열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치료에서 가장 앞서는 것은 원인으로 의심되는 약제를 중단하는 일이며, 중단하면 대부분 증상과 간 기능이 좋아집니다(대한간학회 약인성 간손상).

두 약을 함께 먹는 동안 눈 흰자와 피부가 노랗게 보이거나 온몸에 발진과 열이 오르거나 이유 없는 심한 피로가 며칠 이어진다면, 그날 새로 넣은 것 — 한약과 건강기능식품 — 부터 복용을 멈추고 오늘 안에 진료를 받으세요. 혈압약·혈당강하제·항응고제처럼 처방받아 계속 먹어 온 약은 스스로 끊지 말고, 언제부터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와 함께 먹은 것을 처방한 곳에 그대로 알려 중단 여부를 정하시면 됩니다.

어떤 약 하나를 범인으로 지목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자료의 원인 목록에는 항생제·진통제·고혈압약·항히스타민제 같은 양약과 한약제·약초·건강기능식품이 함께 올라 있어, 무엇을 언제부터 먹었는지의 순서가 판단 재료가 됩니다.

같이 복용해도 되느냐는 질문의 답은 시계에 있지 않고 목록에 있습니다. 혈압약과 혈당강하제는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고, 항응고제와 항혈소판제는 알린 뒤에 조제된 것만 조건을 통과하며, 항생제와 갑상선호르몬제는 시간대를 갈라 둡니다. 다음에 한약을 지으러 갈 때는 약 이름을 외우려 애쓰기보다 봉투와 복약안내문을 그대로 챙겨 보세요.

지금 먹는 약과 어긋나지 않는 처방을 받고 싶어 산본한약한의원을 찾는다면, 약 봉투와 최근 검사 결과지를 함께 가져오세요. 약 이름과 최근 수치가 있으면 확인 대상인 조합부터 가려집니다. 저희 산본중심한의원은 이명·난청과 어지럼증을 중심으로 한약과 침·약침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 양방 치료와 병행할 수 있는지는 진료안내에, 어떤 이명에 한약이 맞는지는 산본 이명 한방치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진료 문의는 031-397-1075로 받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한약과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모든 사람에게 같은 금지 목록이 있지는 않고, 지금 먹는 약이 음식에 영향을 받는 약인지가 먼저입니다. 와파린이 대표적입니다. 국가건강정보포털은 비타민 K가 많은 청국장과 녹황색 채소는 제한하라고 적으면서도,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라며 적당히 일정하게 먹고 섭취량을 갑자기 크게 바꾸지 말라고 안내합니다.

Q2. 어떤 약을 같이 먹으면 안 되나요?

‘안 되는 약 목록’보다 ‘확인이 필요한 군’으로 보는 편이 실제에 가깝습니다. 항응고제·항혈소판제는 알린 뒤 조제된 것만 조건을 통과하고, 혈압약·혈당강하제는 끊지 않고 유지하며, 테트라사이클린계 항생제와 갑상선호르몬제는 복용 시간대를 갈라 둡니다.

Q3. 한약을 먹으면 신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콩팥 기능이 이미 떨어져 있는지가 답을 가릅니다. 국가건강정보포털 만성콩팥병 항목은 기능이 낮아지면 통상적으로 쓰는 약물 치료가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고 적습니다. 원인 항목에는 소염진통제와 추출물, 신독성 항생제가 함께 올라 있습니다(국가건강정보포털 만성콩팥병). 콩팥 수치가 낮게 나온 적이 있다면 그 검사 결과지를 가져와 용량과 약재 구성을 조정받으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정보이며, 개별 진단과 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참고·출처


목차

031-397-1075